"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80대 노인도 '40대 활력' 갖게 될 것"

입력 2024-03-17 19:05   수정 2024-03-18 01:33



“노화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노화의 종말> 저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노화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인류의 믿음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다. 30년간 노화를 연구한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싱클레어 교수는 세계 항노화 연구의 선구자로 꼽힌다. 노화가 ‘질병’이라고 주장한 최초의 과학자이기도 하다. 질병이라는 의미는 곧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인간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역노화’ 시대도 머지않았다고 주장한다. <노화의 종말>에서 현재 80세 안팎인 인간 수명이 120세로 길어질 수 있다는 과학적 논거도 제시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80대 나이에도 40~50대처럼 생활할 수 있으며, 더 젊게 더 오래 살 수 있는 세상이 10년 안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저서 <노화의 종말>에서 항노화 연구를 인류의 비행과 맞먹는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인류 역사에는 세상이 그 이전으로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을 만한 ‘이벤트’들이 있다. 비행이 좋은 예시다. 우리는 라이트 형제가 있기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전까지는 새만 하늘을 날 수 있었고, 인간이 주변 도시로 ‘날아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가 나온 순간 모든 게 바뀌었다. 지금은 하루에도 수십만 명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지 않은가. 노화 연구도 마찬가지다. 다만 항노화 더 나아가 역노화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항노화의 ‘라이트 형제’는 언제쯤 세상에 나올 것으로 보는가.

“10년 혹은 그보다 더 일찍 인류 스스로 생물학적 나이를 조종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때가 오면 ‘자기 자신의 노화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지금을 되돌아볼 것이다. 마치 ‘비행기가 없어서 이웃 나라로 가는 데 수개월이 걸리던 때가 있었구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10년 뒤에는 120세까지도 살 수 있다는 뜻인가.

“당장 모든 사람이 120세까지 살 수는 없겠지만, 120세까지 사는 게 점차 평범한 일이 될 것이다.”

▷150세 시대가 온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선진국의 평균 수명은 80세 정도다. ‘세계 최장수 노인’ 잔 칼망은 122세까지 살았다. 그사이 40년의 갭은 항노화 연구 등을 통해 줄여나갈 수 있다. 인간 수명이 120세 이상도 갈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지금 당장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라이트 형제가 나온 직후 곧바로 인류가 비행기를 타고 대륙을 이동한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항노화 더 나아가 역노화는 더 이상 ‘가능할까(if)’가 아니라 ‘언제(when) 일어날까’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노화 연구로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노화(좀비)세포 제거, 장수 유전자 연구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어떤 연구가 더 유력하다고 보는가.

“노화세포 제거, 장수 유전자 연구가 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노화세포를 제거해 황반변성 증세를 호전시킨 연구가 있다. 장수 유전자 ‘서투인’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기반으로 노화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세포 리프로그래밍은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까지는 가지 못했다. 내가 공동 창업한 라이프사이언스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이게 인간 임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 내년에는 녹내장 치료를 위한 인간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근 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한 ‘늙고 눈먼 쥐’ 연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연구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실명을 치료한 것을 넘어 ‘안전하게’ 역노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종양 발생 등의 부작용이 생겼는데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전까지는 아무도 이런 연구를 한 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젊은 쥐는 늙은 쥐에 비해 시신경이 쉽게 회복된다. 싱클레어 교수팀은 고의로 젊은 쥐의 시신경을 손상시켰다. 그러자 시신경 기능을 다 한 늙은 쥐에서 나타나는 유전학적 변이가 일어났다. 교수팀은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로 이 변이를 표적하는 약물을 개발했다. 약물을 시신경이 손상된 늙은 쥐에게 투여하자 시력이 회복됐고, 근육과 뇌 조직도 건강해진 것을 확인했다.

▷눈 외에 다른 장기에서도 해당 연구를 적용할 수 있나.

“그렇다. 현재 눈뿐만 아니라 뇌 등 다른 조직에서도 역노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눈은 우리 몸의 다른 조직, 장기에 비해 기능을 회복시키는 게 어렵다. 눈 역노화 연구를 먼저 한 이유다. 눈이 핵심이 아니다. 눈은 그저 첫 케이스일 뿐이다.”

▷진행 중인 또 다른 연구도 소개해달라.

“최근 쥐의 뇌를 표적하는 바이러스를 하나 만들었다. 바이러스를 넣었더니 늙은 쥐의 기억력과 학습력이 좋아진 것을 확인했다. 지금 그 바이러스를 쥐의 몸 곳곳에 넣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했더니 25개월 쥐(사람으로 치면 80세)의 남은 수명이 109%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 달밖에 남지 않았던 수명이 넉 달로 늘어난 것이다. 이것은 굉장한 희소식이다. 80~90세 사람에게 효능을 보이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항노화도 아직 초기 단계인데, 역노화는 더 먼 미래의 일 아닌가.

“10년 전 역노화라는 개념을 꺼냈을 때 사람들은 ‘정신 나간(crazy) 이야기’라고 했다. 심지어 역노화라는 단어 자체를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금은 노화시계를 되돌리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보편화했다. 늙은 쥐에게 투여했을 때 더 활력 있게 행동하고 근력이 강해지는 약이 분명히(cleary) 있다. 역노화는 현실(real)이다. 임박해 있다.”

▷노화를 질병이라고 처음 주장했다.

“10년 전 노화가 질병이라고 했더니 사람들은 정신 나간 얘기라고 조롱했다. 이제는 많은 이가 내 주장에 동의한다. 질병의 정의는 사람을 아프게 그리고 죽게 만드는 것이다. 노화에도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곧 노화를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화가 치료 가능한(treatable) 영역에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가능하다는 증거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증거를 내놓기 위한 여러 임상시험이 세계 각지에서 속속 준비 중이다. 5년 뒤에는 FDA도 (노화가 질병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머니는 평소 건강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담배도 피웠고, 식습관도 건강하지 못했다. 20년간 고통스럽게 아프다가 70세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내 연구 논문도 보고 간헐적 단식도 했다. 지금 84세인데 40세 때 같은 기분이라고 한다. 밤에 운전할 때 안경도 안 쓴다. 비행기 타고 유럽에 가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 전형적인 84세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 나는 독자들이 내 아버지처럼 살기를 원한다. 노화를 막으면 우리의 삶의 질이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 더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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